마음에 새긴 좋은 글

당신은 볼 수 있음에 감사해본 적이 있는가...

웰트렉 2009. 7. 11. 10:11

3월 26일(목) 조선일보 기사를보고 가슴이 뭉클하여 올립니다.

시각장애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의 첫 돌 아들 윤표에게 쓴 편지입니다.

지금 우리는 당연히 갖고있는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사랑하는 아들 윤표에게


너의 꼼지락거리는 고사리 손을 잡을 때면 아빠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단다. 너의 따뜻한 뺨을 내 뺨에 갖다 대면, 그 순간 아빠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단다.

▲ 전제덕씨와 아들 윤표


윤표야, 네가 태어난 2008년 4월 19일은 그날 이전과 이후 아빠의 삶을 다르게 만들었어. 네가 태어나던 날, 이 아빠는 너무 바보 같게도 ‘너의 눈에 이상이 있나 없나’부터 확인했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내 몸의 불행이 혹시라도 대물림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너무 컸던 까닭이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아빠는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단다.
 
간호사는 지독한 산통을 치른 너희 엄마를 제쳐놓고 나에게 너를 먼저 안겨주었어. 그때 아빠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얻은 듯 기뻤고, 너를 지켜보느라 그 날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
 
너의 건강한 출산을 확인했지만, 아빠는 몇 달 동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어. 아빠가 태어나자 마자 열병으로 실명한 기억 때문에 그랬겠지. 올해 초 네가 40도를 넘는 고열에 시달릴 때 정말 아빠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단다. 그 불안과 초조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이 어느덧 흘러 이제 첫돌을 눈앞에 두게 됐구나. 그 기쁜 날이 다가올 수록, 아빠는 돌아가신 네 할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단다. 네가 태어나기 한 해 전 이 아빠의 가장 큰 힘이 돼주었던 할머니가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어. 그 때 아빠는 세상의 한 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었지.
 
그 휑 뚫린 자리에 축복처럼 윤표 네가 들어왔단다. 너의 해맑은 웃음이 아빠의 슬픔을 저만치 밀어놓았지. 아빠가 그토록 사랑하던 분이 돌아가신 자리에 아빠가 이토록 사랑하는 네가 파릇한 생명으로 돋아났으니, 이 모든 것이 그저 꿈만 같구나.


넌 알지 못하겠지만, 아빠처럼 시각장애를 가진 스티비 원더라는 음악가가 있어. 그 아저씨에게도 사랑하는 딸이 있지. 그 아저씨의 가장 큰 소원은 자기가 눈을 떠 한번이라도 딸을 보는 것이었단다. 그래서 상상도 못할 많은 돈을 들여 눈을 뜨는 수술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지.

▲ 전제덕씨와 아들 윤표

아빠는 그 아저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단다. 만일 아빠도 모든 것을 바쳐 한 순간이라도 볼 수만 있다면, 천사처럼 반짝일 너의 눈망울을 들여다 보고 싶구나. 이제 막 걸음마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언젠가 너도 혼자 힘으로 이 세상에 걸어 나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걷기 위해선 그만큼 고통이 따르겠지. 하지만 이 아빠가 그랬듯 윤표도 훌륭하게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너무 조급한 아빠의 희망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윤표도 음악을 열심히 공부해 연주자가 됐으면 해. 그리고 윤표가 장성해 아빠와 단 둘이 연주여행을 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 무대에서 윤표가 먼저 멋진 멜로디를 제시하면, 아빠는 윤표의 마음을 읽고 느끼며 더 멋진 멜로디로 화답하는 거지. 그러면 객석에선 열렬한 환호가 쏟아지겠지. 그러면서 부자의 정이 새록새록 쌓인다고 생각해봐. 꽤나 근사하지 않겠니?


쌔근대며 곤히 잠든 너의 얼굴에 조용히 아빠의 입술을 갖다 대본다. 그리고 아빠는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평화와 모든 기쁨과 모든 희망이 여기에 깃들어 있구나. 어느새 첫돌이라니, 대견함까지 더하는구나. 이 세상 모든 사랑의 말을 모아 너에게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 내 아들 윤표야.

Updated : 2009.03.26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