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산중턱에 걸린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산천초목은 푸르름이 더하여 "운보의 청록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불어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경쾌하게 걷는데 아담한 저수지 건너편으로
산자락이 손에 잡힐듯이 성큼 다가오는데...
산 전체가 빽빽히 우거진 소나무군락이다.
그중 잘 생긴 소나무 하나가 입구까지 달려나와 우리를 맞이하였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정2품송"이더라.
세심정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을 따라 걷는다.
선두의 광수,대산씨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단숨에 산중턱에 있는 휴게소에 이르니,
인심좋은 아지매가 조롱박에 솔잎주를 맛배기로 권하는데, 그 쌉쌀함과 향긋한 솔향이
온 몸으로 퍼져간다.
고도가 7-800m의 높은 구릉인데 큰 바위를 돌아내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속리산 주능선을 넘으면 청천면의 화양구곡과 선유구곡,괴산의 쌍곡계곡,문경의 쌍용계곡이다.
하나같이 빼어나고 수려한 계곡을 너른 속리산이 품고 있다.
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道를 멀리하였고
山은 世俗을 떠나지 않았는데 世俗이 山을 떠났다고하여 붙여진,俗離山...
숨을 고르고 깔딱고개 하나를 넘으니 구름에 갖힌 문장대(1,054m)가 우리를 반겨준다.
차거운 철사다리를 잡고 문장대에 오르니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날아갈 지경이다.
원래 이곳이 오늘처럼 구름속에 갈무리져 雲藏臺라고 불리다가 世祖가 이 곳에 올라
詩를 지었다하여 文藏臺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주능선을 따라 걷다가 비바람을 피하여 바위틈 나무아래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걷는데,
악천후라 천황봉은 포기하고 神仙臺에서 仙界를 잠시 맛보고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뜻을 모으다.
한자를 풀어보면,사람(人)이 계곡(谷)에 머물면 속(俗)되고 산(山)에 오르면 신선(神仙)이 된다.
경업대의 큰 바위를 지나니 가파른 돌계단이 비에 젖어 조심조심 내려간다.
멋스러운 비로산장에서 땀을 훔치고 세심정휴게소에서 2진들과 합류하여
따끈한 파전에 솔잎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키다.
法이 머무는 곳이라하여 이름지은 法住寺를 멋진 산자락이 좌우를 겹겹이 감싸고 있으니
포근하고 아늑하다.
대웅보전앞 작은 누각안의 쌍사자석등(국보 5호)을 살피는데 그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되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8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3.3m의 팔각석등인데,연꽃모양의 하대석에 두마리 사자가 가슴을 맞대고
앞발로 석등을 받치고 서있는 형태인데, 부릅 뜬 두눈과 갈기모양,귀엽고 오동통한 엉덩이에
넓덕다리의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뒷꿈치를 들고 서있는데 힘줄까지 드러난다.
하나는 입벌려 포효하고,다른 녀석은 앙다물고 서있는 표정이 마치 기쁠때나 슬플때나
하염없는 부처님의 자비하심을 느끼라는 것이리라...
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팔상전-석등-대웅보전이 일관되게 남쪽을 향하여 배치되어 從心이 길고
멀리서 찾아오는 중생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품에 안는다.
좌측에 자리한 거대한 청동미륵대불은 드 넓은 경내 어디서든 뵐 수있다.
한반도 중심에 자리한 법주사는 부처님 경전이 넘치고 넘쳐 동해,서해,남해까지 퍼져나가리라...
일주문의 편액은 소박하게 "湖西弟一伽藍"이니 충북 제천 의림지 서쪽의 제일가람이라
이름 붙였으나,내가 본 어느 사찰보다 규모가 크고 넓어, 느낀 감동은 "韓國弟一"이거나
통크게 "天下第一伽藍" 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포대능선(도봉산) 2009.5.31 (0) | 2009.06.29 |
|---|---|
| <대청봉-공룡능선>을 넘다. (0) | 2009.06.10 |
| 금강산(구룡폭포-만물상) 1999.11 (0) | 2009.05.03 |
| 고창 선운산(선운사-도솔암) 2009.4.19 (0) | 2009.05.03 |
| 강화 마니산 종주 2009.3.15 (0) | 2009.05.03 |